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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의 대하소설 ‘파시’] 갑신년 중추 칠산바다의 월식 ⑥

2021-05-21 09: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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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신문=임해정 기자] 주뱅이 입안의 소리로 투덜댄다.

“자다가 봉창 뚜디리는 것도 아니고, 이 새끼가 시방 무신 소릴 씨부렁거리는 것이여?”

주뱅의 혼잣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앙얼이 버럭 화를 내며 묻는다.

“너 시방 무시라고 혔냐?”

“머라허긴 새꺄, 미친놈 개나발 부는 꼴 봉께 암만혀도 낼 비올 것 같다고 혔제”

“구렝이 담 넘어가는 소리 작작허고 아까 주둥패기 놀린대로 야글 혀보랑께!”

“뜬금읎이 작년 끄르끄 법성포 목냉기 해적질 야글 으째 끄내는디?”

“그럴만헌 일이 있응께 그라제”

“무신 일인디?”

“고건 잇다 알켜줄턴께 묻는 야그에 답이나 혀보라고 새꺄!”

주뱅이 외눈을 부아리자 앙얼이 두 눈을 뒤집어 까고 묻는다.

“작년 끄르끄 법성포 단오제 무렵으 말여, 법성포 조창서 출항허던 세곡선을 목냉기서 털 때, 지들 목으로 떼 준 쌀이 짝다고 대든 고놈 겍포파 막둥이 새끼 기억 나냥께?”

앙얼의 질문에 주뱅이 고개를 떨군다.

“그 새끼, 작년 춘삼월 비안도서 세곡선 털다 화살 맞고 뒈졌다.”

주뱅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엔 설움이 묻었지만 앙얼의 목소리는 크고 앙칼지다.

“무시 으쩌고 으째야! 비안도서 뒈졌다고야?”

주뱅이 고개만 끄덕인다.

“니 새끼가 고걸 으째 아는디?”

“나도 세곡선 터는데 따러갔다가 용케도 살어 남었고만”

끔찍했던 그때 일이 떠오른 듯 주뱅이 몸서리친다. 앙얼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말길이 끊긴 채 두 사람은 터벅터벅 수성당 쪽으로 걸어간다.

시누대 대숲의 댓잎이 날카로운 날을 세우고 ‘우! 우!’ 운다. 아무래도 주뱅과 앙얼이 나누는 서글픈 대화를 엿듣고 그런가보다.

수성당을 백 보쯤 앞에 두었을 때, 앙얼이 입을 뗀다.

“고놈 겍포파 막둥이 새끼 고향이 여그 죽막동여. 고 새끼가 귀띔혀서 수성할맬 개양할매라 부른다는 걸 알었고만.”

“그리서 어쩠다고?”

주뱅이 말을 받아서 칼칼하게 묻는다.

“야아 야 주우 주뱅아!”

“아니 이 새끼가 으째 또 이런댜! 나가 칼을 지 모가지다 들이대도 눈 한나 끔쩍 안헌 새끼가 으째 또 세바닥 짤븐 소릴 헌다냐!”

주뱅이 짭짤하게 면박을 준다.

“시일 실은 말이여, 거어 겁이 나서 그으 그러는고만!”
“무시 겁 나는디?”

“수우 수성당 안으 술이나 음식을 두울 둘러먹으믄 차암 참말로 도옹 동티 아안 안날꺼나?”

주뱅이 너털웃음을 흘린 뒤 팍팍 밟아댄다.

“야 새꺄! 아까참으 수성당엘 가보자고 험서러 나 헌티 무시라혔제?”

앙얼이 제 입으로 똥이라 했는지, 오줌이라 했는지 헛갈리는지 대꾸를 못한다.

“니 소원이 무시라혔제?”

주뱅이 이렇게 묻지만 이번에도 앙얼은 대답이 없다.

“니 소원은 뒈지기전으 배창시 한 번 원읎이 채우고, 그라고도 복이 쪼깨라도 남었으믄 니 입이서 술찌개미 기어나오도록 술을 퍼 마셔 보는 거람서!”

주뱅이 되꼽쳐 무안을 주자 앙얼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야, 앙얼아! 굶어 뒈지나 동티 나서 뒈지나 고게 고걸턴디, 쳐먹고 뒈진 구신 때깔도 좋다잖냐. 그랑게 빌어먹을 요놈으 인생살이 기왕지사 요렇기 됐응께 원읎이 한 번 쳐먹고 뒈지는 것이 안 낫것냐?”

주뱅의 말에 앙얼은 말이 없다. 주뱅이 몇 마디 더 짖어댄다. 하지만 앙얼은 묵은 젓갈을 몇 종지 삼킨 표정이다.
주뱅의 발길이 수성당으로 향한다. 뒤를 따르는 앙얼의 시선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늙은 소의 눈빛처럼 희멀겋다.

그럴 때, 저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주뱅과 앙얼은 잽싸게 시누대 숲으로 몸을 숨긴다. (계속)

임해정 기자 emae9031@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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