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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구마 청년농부 박건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죠"

2020-06-29 14: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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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신문=홍미경 기자] 매일 쫓기듯 살아가는 도심에서의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꿈꾸는 청년 예비귀농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고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를 알리는 귀농인이 있다. 청년 농부 박건수(28)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건수 씨는 대전 테크노밸리에 있는 산업체에서 5년간 PC산업용 홍보책자와 영상을 제작했다. 전문직이었고, 보람도 컸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과다한 업무 그리고 도심생활이 주는 삭막함이 그를 농촌으로 이끌었다.

"도시에서 살면서 여러모로 편하고 좋았지만 삭막하고 꽉막힌 상자 같은 그곳에서의 삶은 매일 매일이 힘들었습니다. 또 디자인 계통의 일은 주로 하루종일 앉아 있기 때문에 허리가 좋지 않았어요."

그는 대전 산업체에서의 병역특례 과정이 끝나면 대전에 있는 배 과수원 3000평을 물려받아 운영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퇴직해보니 과수원이 폐쇄돼 있었다. 그 지역에 체육공원단지가 조성되기 때문이었다.

"저희 과수원은 수령 20년 이상 전성기 배나무들이었어요. 너무 막막했죠. 결국 아버지가 태안에 땅을 사서 이곳으로 내려왔는데 기술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본래 원예에 관심이 있어서 태안에 있는 국제원예종묘에 입사해 2년 정도 근무하고 퇴사했습니다. 퇴사 이유는 청년창업농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선정되기 위해서 종묘회사를 그만뒀으며 4600평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박건수 씨는 고구마 육묘는 하지 않고 그 지역 마을에서 고구마순을 주어서 심었다. 하지만 첫 시도는 100% 다 죽었다. 땅이 놀고 있어서 급하게 심었던 게 문제였다.

"고구마 농사를 해본적이 없었어요. 막연히 잘 자랄 거라는 생각으로 고구마 심었죠. 하지만 시기가 늦었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사를 너무 쉽게 봤어요. 제가 근무했던 종묘상에서는 나무를 취급했었는데, 여름철에도 잘 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약한 고구마는 물을 주어도 7월 폭염을 버티지 못하더군요. 기분이 착잡했습니다."

박 씨는 농업교육을 받기 위해 태안농업기술센처에서 영농정착기술교육 80시간을 받았다. 고구마, 고추, 마늘, 양파 등 재배기술을 배웠다.

"교육을 받으면서 고구마 농사 실패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죠. 가장 큰 이유는 심는 시기가 지역마다 다른데 이를 무시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어요. 그냥 조금 덜 커도 수확하면 되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있었죠. 땅은 정직하다는 걸 일깨우게 된 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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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심는 시기는 역산으로 계산해야 한다. 지역의 온도가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질 때가 기준이다. 그때부터 130일전에 심어야 한다.

박 씨는 2019년 고구마를 1000평을 다시 심었다. 심기일전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수확해보니 크기가 들쭉날쭉, 아주 크거나 아주 작았다.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졌다.

"이번에 심은 종자는 태안군에서 나눠주는 종자였어요. 1년차 종자는 원래 크기와 모양이 좋지 않다는 정보를 뒤늦게 알았죠. 2년차를 사용하면 종자가 좋아진다고 하더군요. 기술센터에 물어보니 조직을 배양해서 그렇다는 말이 돌아왔죠. 내년에는 좋아질거라고 하니 올해 다시 도전하려 합니다."

초보농부인 만큼 수업료를 2년째 톡톡하게 낸 박건수 씨는 올해 목표는 2000평을 심을 예정이다. 고구마는 선도농업인의 경우 평당 10kg을 생산하면 8kg이 매출로 잡힌다. 그는 올해 매출을 평당 6kg으로 잡았다. 고구마는 타 작물에 비해 가격이 좋아 올해 고구마 매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박 씨는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고구마 재배와 함께 육묘장에도 도전중이다. 조직배양묘를 이용한 1세대 고구마순과 항암배추 모종 등의 다양한 채소류와 목본류 등의 육묘를 취급하고 있다. 앞으로 고구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소류 육묘를 농장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제가 단시간 내에 농촌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청년창업농 제도를 잘 활용한데 있습니다. 이 정책의 장점은 청년들이 서로 단결하고 뭉칠 수 있다는 점이죠. 또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발판이 돼 줍니다. 다만 승계농과 창업농의 지원을 달리했으면 좋겠어요. 농업환경이 열악한 창업농을 조금더 지원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건수 씨는 2018년 처음 선정돼 지원이 끝나가기 때문에 앞으로의 길을 개척하는데 불안감이 남아있다.

"저와 비슷한 심정을 토로하는 청창농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5년 정도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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